월드비전 후원아동과의 이별.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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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6년 12월의 어느날.
어쩌면 제 나름의 허세였을지도 모르고 유난히 힘든 일이 많아 나보다 더 힘든 누군가를 돌아볼 뜻밖의 여유였을지도 모르고 오래 전부터 생각만 해오던 일에 대한 용기가 부어졌던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월드비전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. 

 

왜 월드비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이유를 찾자면 친오빠가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해외아동에 대한 후원을 하는 걸 옆에서 보게 되었고 나도 언젠가는 책상에 해외아동 사진 하나 딱 붙여놓는 멋진 어른이가 되어야겠다는 막연한 허세 섞인 동경심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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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월드비전이라는 곳에 대해 좀 더 알아보다보니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는 것도 알게되면서 월드비전에 대한 후원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. 
​그리고 저는 해외아동보다는 국내아동 후원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한 아이를 만나게 되었답니다. 
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혼자서 자립해서 어른이 될 때까지 아무리 내가 힘이 들어도 절대로 먼저 손을 놓치 말아야지.. 라는 결심을 했었고 그렇게 2년 가까이를 함께 하게 된 어느날. 집으로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습니다. 
저는 으레 월드비전에서 오는 소식지인줄 알고 가방에 두었는데 참 이상하게도 말이죠.. 원래는 보통 때 같으면 바로 뜯어보거나 집에가서라도 뜯어봤을텐데... 
왜 그 우편물을 계속 보지 않고 며칠을 그냥 가지고만 있었을까요... 
다가올 불길한 예감을 미리 눈치라도 챈 듯 말이죠. 

며칠 후 월드비전에서 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. 혹시 보내드린 우편물을 보셨냐고.. 아직 보지 못했다고 하니 머뭇거리시면서 조심스럽게 건내주신 말씀이... 저와 함께 하던 후원아동이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이사가는 지역은 월드비전의 후원 관할지역이 아니라서 더 이상의 월드비전을 통한 후원이 어렵다는 내용이었습니다. 

​통화를 하는데 왜 그렇게 울컥! 눈물이 쏟아질 것 같던지... 늘 그렇지만 인연을 맺고 함께 하던 누군가와의 이별은 어떤 이별이든 참 가슴 아픈 일인 것 같아요.
우선은 통화를 끝내고 집에가서 우편물을 뜯어보았습니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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월드비전에서 유선상으로 전달해주신 내용 그대로의 내용이 편지에 담겨있었고 아울러 통화할 때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아동과의 연결을 말씀해주셨는데 이 부분은 사실 크게 고민이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. 

​물론 도움이 필요한 아동은 너무나 많겠지만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생길때마다 인연을 함께할 수 없다는 제도적 한계가 조금은 아쉬웠다고나 할까요... 
얼굴을 한번도 마주한 적은 없지만 2년 가까이를 책상 위에 그 아이의 사진을 걸어두고 그 아이를 위해 기도하고 소식을 듣게되면 기뻤고 생일을 챙겨주며 마음을 나누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애완동물 키우듯 이 아이는 더이상 안돼 다른 아이를 안겨줄께 이 아이는 어때? 하는 식의 상황이 싫었던 것 같아요.

일단은 그런 제 마음을 전달하면서 당분간은 새로운 후원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해보기로 했고 마지막으로 그 아이에게 어떤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지 여쭤보니 이번달까지의 후원금과 서신은 전달할 수 있다고 해서 
그날 밤.. 부랴부랴 그 아이에게 마지막 편지를 전했습니다. 그리고 그 아이와 함께 주고 받은 행복들도 다시금 꺼내어 보게 되었습니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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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동에 대해 혹시나 정보가 나올까봐 대부분 모자이크가 있는 점 양해 부탁드려요 :)
길지 않은 시간이라 주고 받은 게 많진 않지만 아이 덕분에 저도 힘낼 수 있었던 시간들이 행복해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 많았던 것 같아 새삼 고마움을 느낍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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삐뚤빼뚤...
서툴지만.. 조금씩 천천히
반듯해지길 바래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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길지 않은 시간 함께했지만 마음으로 어른이 될때까지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했던터라 허탈함과 아쉬움은 생각보다 너무 크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반듯하고 따뜻한 사랑 많이 받고 자라길 기도합니다.
​저도 어릴 때부터 불후한 가정환경을 겪었지만 지금은 얼굴도 이름도 누군지도 모르지만 어렴풋하게 붙잡고 있는 따뜻했던 온정만큼은 ​기억 단편의 조각으로 남아 힘이 되곤 하는데요
이 아이에게도 저라는 존재가 그런 어렵풋한 따뜻함이나마 남아서 어쩌면 차갑고 모진 세상 속에서도 단단해져서 또 누군가에겐 따뜻함을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어른으로 자라길 진심으로 기도해요 :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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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신을 보내고 며칠 후 온 문자메시지:)
안타깝게도 서신을 받을 수는 있어도 답장은 받을 수 없다곤 했지만 잘 전달된 것만으로도 감사함과 행복감을 느낍니다. 
이제는 어떻게 지낼지 소식조차 알 수가 없고 나중엔 기억조차 희미해져버리겠지만 정말 진심으로 그 아이가 어디가서든 행복하고 건강하길 기도하려구요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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